여행/노르웨이(Norway)

Day 4-2. 짧고 아름다운 베르겐에서의 산책

내나 2026. 1. 18.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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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6

 

 

아침 일찍 플롬에서 크루즈를 타고, 버스를 갈아타고, 또 기차를 갈아타 드디어 오후 2시경 베르겐에 도착.

굉장히 수고스러워 보이지만 여기까지는 생각보다 크게 힘들지 않은 여정이었다.

가장 힘든 코스는 제일 마지막에 기다리고 있다는 걸 상상도 못 한 채,

엄마랑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베르겐 역을 나섰다.

 

우리에게 허락된 베르겐에서의 시간은 고작 반나절.

다음날 아침 트롬소로 향하는 7시 50분 비행기를 타러 새벽같이 떠나야 한다.

 

베르겐에서의 짧은 이 반나절을 알차게 써야겠다는 마음에

베르겐의 명소인 수산시장 앞, 작은 창문 너머로 브리겐이 보이는 호텔로 숙소를 잡았는데..

아ㅡ 정말 캐리어 끌고 이 숙소까지 가는 길이 노르웨이 여행 통틀어서 제일! 힘들었다.

 

도보 11분 정도밖에 안 되는 거리이고, 캐리어들고 버스 타는 건 더 힘들겠다는 생각에 구글맵 최단거리를 찍고 호텔로 향하는데..

얼마가지 않아 우리를 맞이하는 건..바로 미친 돌바닥!!

 

출처: 구글맵ㅋ

 

울퉁불퉁한 바닥 때문에 캐리어가 밀리질 않아, 뒤로 질질 끌고 가는데..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이 돌길은 아무리 가도가도 끝나질 않는다.

 

정말 팔이 떨어져 나가기 직전, 호텔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에서야 우린 평범한 포장길을 만날 수 있었다.

나도 팔이 너무 아프고 힘들었는데 엄마는 얼마나 더 힘들었을지..ㅠㅠ

(내가 좀 도와주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나중에 지도를 보니 옆으로 돌아가는 고작 "1분" 더 느린 길이 평범한 인도였다....

 

캐리어를 끌고가신다면 12분길로 가세요 꼭😭

 

😰 🧳 😩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밖으로 다시 나서니 오후 3시.

벌써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시간이기도 하지만, 흐리고 흐린 날씨 덕에 더욱 어두침침한 기분이다.

베르겐은 지형 특성 때문인지 원래도 비가 오고 흐린 날이 많다더니, 우리가 도착한 날도 예외는 아니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를 것으로 뒤덮인 산

 

베르겐에서 머무는 짧은 시간 동안, 나는 가장 유명한 곳 딱 3군데만 둘러볼 계획이다.

수산시장과 브리겐, 그리고 플뢰엔 전망대.

하지만 산을 뒤덮은 구름에 일단 전망대는 포기하고 브리겐으로 가보기로 한다.

 

아직 점심을 먹지 못한 탓에, 근처에 유명하다는 핫도그 집에 먼저 들러 간단히 늦은 점심을 먹을 계획.

원래는 식당을 가려고 했는데.. 울 엄마는 왜 맨날 배가 별로 안고프다고 하는 거지 🤔

 

너무 멋진 스타벅스

 

유명한 순록 핫도그집!

 

유명한 집 답게 한국어 메뉴판도 준비되어 있다ㅋㅋ

 

우리가 들린 핫도그집은, 순록 핫도그로 너무나 유명한 Trekroneren 이란 작은 식당.

포장만 가능하고 앉아서 먹을 곳은 따로 없는지라 길가에서 핫도그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가 주변에 계속 어슬렁 거리는 비둘기 때문에 새를 너무 싫어하는 나는 진땀을 흘렸다😅

자꾸 우수수 떨어지는 마늘 후레이크 때문에 자리를 옮겨도 계속 어슬렁거리며 쫓아오는 새들...😭

 

우리가 주문한 건 역시나, 가장 유명한 순록 핫도그!

핫도그를 거의 안 사 먹긴 하지만, 요게 내가 살면서 먹어본 핫도그 중에 가장 맛있었다.

핫도그에 베리잼이라니 이상할 것 같은데 막상 먹어보니 너무 잘 어울리고..

토핑 없이 기본으로 시켜서 별다른 게 들어가지 않았는데도 어쩜 이렇게 맛있는지..! 

순록고기이다 보니 잡내가 있진 않을까 살짝 걱정했는데 고기 냄새에 엄청 민감한 울 엄마도 맛있게 잘 먹었다.

게 눈 감추듯 핫도그를 해치우고 이제 브리겐 산책 시작,

 

🌭 🌭 🌭

 

 

한 때 노르웨이의 수도이기도 했던 베르겐에는, 노르웨이어로 '항구'를 의미하는 브뤼겐(Bryggen)이라는 지구가 있다.

원래도 무역이 활발했던 이곳은, 14세기에 한자동맹 상인들이 베르겐에 콘토르(수도)를 설립하면서 더욱 전성기가 되었다고 한다.

한자동맹 상인들-주로 독어권으로 이루어진 상인도시 연합-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독특한 목조 건물들을 세웠는데

앞 쪽은 상점과 사무실, 뒷 쪽은 창고, 작업장, 숙소가 길게 이어져있는 구조이다.

모두 나무로 지어진 탓에 화재를 몇 번이나 겪었는데도 복원이 잘되어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항구를 따라 나란히 줄 선 뾰족한 지붕의 예쁜 건물들이 정말 독특하고 아름답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그런가, 거리가 더욱 예쁘게 꾸며진 기분이다.

여름에 와보진 않았지만 왠지 겨울의 감성과 더 어울리는 거리다.

 

날 것(?)의 내부도 엿볼 수도 있다.

 

예쁜 가게들과 골목들, 찍히는 곳 마다 다 작품!

 

어느새 한시간이 훌쩍 지났다

 

브뤼겐은 맘먹으면 10분 안에 한 바퀴 돌수도 있을 만큼 생각보다 작지만,

길이 없는 것 같았는데 자꾸 나타나는 건물 사이사이의 골목들,

그리고 구석구석 자리 잡은 예쁜 기념품 가게들에 정신이 팔려 엄마와 나는 무려 한 시간 조금 넘게 골목 사이들을 돌아다녔다.

(자석과 작은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샀다😉)

 

브뤼겐 골목탐험은 끝난 것 같아 수산시장을 가볼까 싶어 엄마를 봤더니 왠지 묘하게 지쳐 보이는 엄마.

브뤼겐 앞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지인에게 선물 받은 스카프를 쓰고 인증샷을 찍어야 한다며 온갖 소녀 같은 포즈를 취하던 엄마는

브뤼겐 구경이 끝날 때쯤 갑자기 말이 없어지고 지친 기색이 보였다.

여행 내내 나보다 더 하이텐션을 유지하던 엄마가 갑자기 묘하게 다운되어 있길래

역시 뚜벅이 여행은 엄마한텐 힘들 수밖에 없겠지.. 하는 마음으로 걱정스레 많이 피곤하냐고 물었더니 엄마는 의외의 대답을 한다.

 

"내일이 드디어 오로라 보러 가는 날이잖아,

오로라 볼 수 있을지 너무 걱정이 돼서..."

 

오로라를 보는 게 엄마의 버킷리스트라는 건 아주 옛날부터 알았지만,

엄마가 이 정도로 진심일 줄이야..

 

하필 미리 예약해 두었던 오로라투어 두 군데 중 한 업체에서,

예약해 둔 날짜의 날씨가 좋지 않아 일정을 조정할 수 없겠냐고 연락이 온터라

사실 나도 오로라를 볼 수 있을지 확신도 없고 살짝 불안했었지만..

그래도 우리 오로라 꼭 볼 수 있을 거라고 엄마를 다독여본다.

 

✨ ✨ ✨

 

어느덧 비도 그치고, 하늘의 구름도 걷혀서 전망대의 불빛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여행마다 야경 보는 걸 좋아하는 나에겐 전망대는 최고의 야경 명소이지만,

걱정 때문인지 여전히 지쳐있는 엄마를 끌고 전망대에 갈 수는 없었다.

 

아쉽지만 수산시장과 근처 마트에 잠깐 들러 저녁거리를 사고

브뤼겐 맞은 편인 숙소 앞에서 잠깐 야경을 구경하고 호텔로 돌아가기로 한다.

 

근데, 아무리 주위를 두리번거려도 수많은 블로그에서 본 어시장은 대체 어디에 있는건지ㅡ

어시장이 있어야 할 위치에는 작은 하얀 천막만 덩그러니 광장을 지키고 있다.

알고 보니 어시장 야외광장은 여름시즌에만 개방한다고..🥲

다행히도 어시장 건물도 있다고 해서 아쉽지만 그쪽으로 발걸음을.

 

하얀 천막 있는 곳이 어시장이 열리는 광장, 우리는 실내로 향했다.

 

어시장, 그러니까 수산시장이란 이름은 왠지 노량진을 떠올리게 하는데..

노량진에 비하면 아주 작디작은 수산시장이라 매장도 그리 많지 않아 순식간에 구경이 끝난다.

바테이블이나 테이블이 마련된 매장도 있어서 그 자리에서 식사도 가능하고,

아주 깔끔하고 모던한 인테리어 덕에 '시장'이라는 이름보다는 백화점 푸드코트의 느낌이랄까?

 

화려하고 거대한 해산물들이 우리의 눈길을 자꾸 사로잡았지만,

엄마랑 나는 좀 귀찮은 마음에 그냥 포장된 연어롤 두 팩만 구매했다.

 

화려한 해산물들
그리고 우리가 구매한 연어롤!

 

 

숙소에 들어가기 전 아쉬운 대로 브리겐의 야경이라도 보고자 항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몇 걸음 가지도 않았는데 너무 예쁜 야경이 펼쳐진다.

바닷가를 따라 늘어선 특이한 목조건물들, 그리고 약간은 흐린 날씨를 비춰주는 조명들까지..

엄마의 피곤한 기색도 조금 옅어져 즐겁게 사진을 찍는다.

 

전망대..갈 걸 그랬나

 

마트에 들러 저녁에 같이 먹을 것들을 조금 사고 숙소로 들어왔다.

오후 6시도 안 됐지만 이 짙은 어둠은 여행 4일 차가 되었는데도 영 적응이 안 된다.

이 저녁을 좀 버텨보고자 스마트티비도 연결해 틀어봤지만 또 어느새 꾸벅꾸벅 조는 나.

이제 시차적응은 포기해 버렸다.

잠에 장렬히 진 나는, 내일 일찍 공항으로 가야 하니 어쩔 수 없다는 변명과 함께

창문 밖 브뤼겐 풍경을 등지고 그냥 잠자리에 든다.

 

잘자 브뤼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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