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7
이 멀고 먼 최북단 도시, 트롬쇠까지 온 이유는 단 하나.
엄마의 버킷리스트 1호인, 오로라를 보기 위해서다.
최북단 도시에 왔다고 어느 곳에서나 쉽게 오로라를 관측하긴 어렵고
보통은 오로라 투어업체를 통해 오로라를 보러 떠난다. (가끔 렌터카를 빌려 셀프로 찾아다니는 후기도 찾을 수 있다! 낭만적✨)
오로라 투어는 오로라 헌팅이라고도 하는데,
사냥처럼 오로라를 찾아 여기저기 (심지어 핀란드까지) 쫓아다니기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오로라가 언제 어디서 강하게 보일지는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기에,
투어 가이드의 노련함과 노하우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투어임이 분명하다.
오로라로 유명한 이 도시에는,
6~8명 정도 참여하는 소규모 오로라 헌팅부터 대형 버스를 타고 다니는 투어까지 다양하다.
대형버스를 타고 다니는 투어가 훨씬 저렴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소규모 투어가 오로라를 관찰하기에 훨씬 유리하다고 해서
우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소규모 투어만 알아봤다.
오로라 투어는 꽤 비싼 편이기에 (인당 20만원은 훌쩍 넘는다) 엄마와 나의 계획은
트롬쇠에 머무는 첫 이틀만 한국에서 미리 투어를 예약해 두고
셋째 날인 마지막 밤은 앞선 이틀간 오로라 헌팅에 모두 실패하면(...) 현지에서 업체를 알아보는 것.
(설마 이틀 다 허탕 치겠나 하는 마음도 있고..ㅋㅋ)
첫날 우리가 이용할 투어업체는,
한국에서 제일 유명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FlexiTour"
(*Link: https://flexitour.no/arctic-northern-lights-tour/)
유명한 만큼 후기도 너무 좋아 한번은 꼭 이용하고 싶었던 업체였기에,
비행기 표도 이곳 예약 가능한 날짜에 맞춰 예약했다.
투어는 약 3달 전인 9월 초에 예약했는데 더 여유롭게 날짜를 고르고 싶으면 4~5달 전에 예약을 걸어두어야 할 듯.
이전에는 minivan 투어가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예약할 땐 (private tour 외) minibus 투어만 선택 가능했다.
인기가 많아져서 투어인원을 좀 늘린 모양..? 🤔
둘째 날엔 다른 업체 미니밴을 타고 8명이서 오로라 투어를 했었는데,
FlexiTour는 미니버스다 보니 참여 인원은 16명으로 훨씬 많았지만 오히려 승차감이 좋아서 이동할 때 너무 편했다.
대부분의 오로라투어가 그렇지만, 방한복과 약간의 간식, 사진촬영, (사전 요청시)삼각대 대여 무료!
✨ ✨ ✨
한식 한상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발열조끼에 핫팩까지 든든히 무장한 후 투어 미팅 장소로 출발!
미팅시간은 오후 6시였지만, 거리 구경도 조금 하며 미팅장소로 갈 겸 오후 5시쯤 일찍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하늘은 칠흑같이 어두워졌지만, 구시가지 거리는 많은 여행객들과 가게들로 한 낮만큼 번쩍번쩍하다.



미팅장소가 Magic Ice bar라고 해서, 바 안에서 기다리라는 건가 의아했었는데
도착하니 이 근처는 우리 투어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오로라 투어 픽업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멀뚱멀뚱 서있으니 늦지 않게 우리의 투어버스 도착!
이름을 확인하고 드디어 미니버스에 올라탄다.
🚐 🚐 🚐
우리 투어가이드의 이름은, 바로 Daniel!
다니엘은 아주 능숙하게 오로라에 대한 내용, 몇 시간 뒤에 휴게소에 도착할 건지까지 간략하게 브리핑을 해주고
잠시 체력을 충전할 수 있게 불도 살짝 꺼주며 베테랑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핀란드 쪽으로 헌팅을 갈 거란 것도 나중에 알려주었는데,
열심히 운전하면서 날씨도 체크하고 정보통(?)들과 연락도 하며 목적지를 정하는 모습에서 시작부터 프로페셔널함이 느껴졌다..✨
한 시간 좀 넘게 달려 드디어 주유소에 붙어있는 휴게소에 도착.
커피와 간단한 음식 등 없는 게 없는 휴게소이지만 엄마랑 나는 화장실만 이용했다.
화장실은 두 칸뿐이라 줄을 꽤 서야 했다.

잠시 정비를 하고 다시 오로라를 찾아 출발.
어느덧 핀란드 국경도 넘어서고, 휴게소에서 출발한 지도 2시간이 다되어간다.
목적지가 가까워오자 다니엘은 여기저기 통화를 하고 하늘도 쳐다보며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그런 자기의 부산스러운 행동을 궁금해하는걸 또 어찌 알아챘는지,
다니엘은 동료들과 어떤 통화를 했는지도, 하늘을 쳐다본 건 목성을 보고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란 것도 열심히 설명해준다.
밤 9시 반, 드디어 도착한 헌팅 장소!
Daniel이 여기저기 정차했다, 다시 출발했다 하며 고심하며 고른 장소다.
정말 사람하나 안 다닐 것 같은, 눈이 가득한 이곳.
따뜻하던 버스에서 내리니 각오했듯 역시나 밖은 춥다.
엄마와 나를 비롯한 투어 인원들이 내리자 Daniel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다.
트렁크를 열어 두꺼운 방한복과 부츠를 나눠주고, 입는 것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또 도와주기도 하며 바쁘게 움직인다.
한쪽 구석엔 모닥불도 피워두고 챙겨 온 컵케익과 과일, 따뜻한 코코아도 나눠주며
누군가 부족하진 않을까 불편한 점은 없는가 계속 세심하게 챙겨주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다.
나는 미리 요청했던 삼각대를 받아 들고 열심히 카메라로 하늘을 찍어보기 시작한다.
그래도 오로라가 근처에 있긴 한지, 쌩 눈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 초록빛이 희미하게나마 카메라 렌즈에 잡힌다.

처음엔 카메라 렌즈에나 겨우 잡히는 초록빛이었는데,
어느새 쌩 눈으로도 조금은 구별이 가능한 초록빛이 하늘에 살짝 드리워진다.
엄마랑 나는 여기가 더 찐하니, 여기가 더 잘 찍히니 얘기를 해가며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그 와중에 Daniel은 한쪽에 모닥불도 피워두고, 나를 비롯한 개개인들에게 카메라 설정방법도 알려주며 쉴 새 없이 바쁘다..👍

위 사진 정도면 쌩눈으로도 초록빛 구별정도는 되는 상태이지만,
조금 신기할 뿐 감동이 올 정도는 저언혀 아니었다.
그래도 오로라가 좀 진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열심히 셔터도 누르고 구경도 해보았지만,
다시 점점 연해지다 사라져 버린 오로라.
그래도 아직 도착한 지 한 시간밖에 되지 않았으니,
Daniel이 준 컵케익과 코코아도 먹고 모닥불도 쬐며 시간을 보내본다.
그래도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서 생각보단 춥지 않아 오로라 기다리는 시간이 그리 힘들지는 않다.


멍 때리기엔 지루해서 다시 밤하늘도 찍어보며 어슬렁대고 있으니 어느덧 하늘 한쪽에서 오로라가 또 보이기 시작한다.
이번엔 특이하게도 한쪽 하늘에서 다른 쪽 하늘로 얇은 무지개마냥 띠가 생겼는데
다니엘은 이 띠의 모양이 더 큰 오로라가 온다는 좋은 징조라고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오로라는 어째 자꾸만 옅어지는 것만 같아 기대반 걱정반으로 또 밤하늘을 하염없이 구경해 본다.




헌팅 장소에 도착한 지 약 2시간쯤 되었을까?
오로라는 카메라뿐만이 아닌 내 눈에도 다시 점점 진해지고, 신기하게도 옅은 붉은빛도 같이 보이기 시작한다.
점점 더 진해지고 커지는 오로라는 어느덧 저 먼 곳뿐만이 아닌, 내 머리 위에도 드리우기 시작했다.
엄마와 나뿐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모닥불을 뒤로하고 흥분하며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어느새 내 머리 바로 위까지 번져와
초록빛과 붉은빛, 하얀빛을 띄며 일렁이는 오로라,
보면서도 믿기지 않아 감탄밖에 나오질 않는다.!!
연기처럼 일렁이다가도, 마치 자아를 가진 것처럼 번지고 사라지는 모습.
춤을 추는 것 같은 이 모습을 보고 다들 오로라 댄싱이라고 하는가 보다.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으니 하늘로 빨려 올라갈 것만 같기도, 나에게 쏟아져 내릴 것만 같기도 하다.
이 거대한 오로라 덕에 어둡던 하늘은 다 초록빛으로 물든 것만 같
넋을 잃고 감탄만 하며 쳐다보고 있는 내 옆에서
엄마는 정말 어린아이처럼 자리에서 팔짝팔짝 뛰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엄마의 이런 순수한 모습을 본 적이 있긴 했던가 싶을 정도로 너무나 신난 엄마의 소녀 같은 모습.
오로라만큼 잊지 못할 이번 여행의 순간이었다.
✨ ✨ ✨
가장 강력한 오로라 댄싱이 어느 정도 지나간 후, 다니엘은 오로라가 사라지기 전에 각 사진도 열심히 찍어주었다.
(어벙한 방한복, 추위에 떤 나의 얼굴이 플래시 덕에 너무 적나라해서 차마 블로그에 올리진 못하겠다..ㅋㅋㅋ)
이제 어느새 트롬소로 다시 돌아갈 시간.
이보다 더 멋진 오로라를 볼 수 있을까? 그것도 투어 첫날에!
이 정도면 다음날 투어를 취소해도 되지 않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며 버스에 올라 숙소로 돌아간다.
친절하고 멋진 다니엘은 우릴 숙소 근처에 내려주며,
고생해 준 만큼 너무나 피곤한 표정이지만 그 누구보다 밝은 목소리로 작별인사를 해준다.
친절하고 열정적인 다니엘.. 잊지 못할 거야
🥰🥰🥰
다음날 엄마가 말하기를,
엄마는 오래전부터 오로라를 보는 게 소원이었지만
어렵던 집안사정, 그리고 깜깜한 앞날 때문에 아무래도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죽은 후에라도 영혼이 되어 북극을 한 바퀴 돌며 오로라를 보고 떠날 거라고 항상 생각했다고 한다.
근데 이렇게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그것도 이렇게 멋진 오로라를.
오로라를 보는 게 엄마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란 건 내가 어릴 때부터 알곤 있었지만,
이게 엄마에게 이렇게나 큰 의미였을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그제서야 베르겐에서의 긴장한 엄마의 행동,
투어 때 하얀 눈 위에서의 엄마의 소녀 같은 표정,
오로라 댄싱 아래에서 방방 뛰던 엄마의 모습이 너무나 이해가 되었다.
비록 나에겐 아이가 맘에 걸려 힘들게 시작한 여행이고,
여행 중에도 엄마에게 잔소리하랴 긴장하랴 편하지만은 않은 여행이었지만
정말 오길 너무나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뿌듯하다.

그 시각, 한국에서는 이례적인 폭설이 내렸다.
내가 사는 용인은 유독 눈이 더 많이 와서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출근을 못하는 비상사태가...😱
다행히 남편은 이 날 미리 휴가를 내두어 지옥 같은 출근길은 피했지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못 보낼까 봐 멘탈이 살짝 나가있었다.
그 운을 내가 끌어다 써서 오로라를 본 걸까..?ㅋㅋ
남편 고마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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