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여행 다녀온 추억에 젖어 현실을 살아가고 있던 12월 어느 날,
집으로 왠 낯선 봉투가 날아왔다.
발송지는 우리가 차를 렌트했던 이탈리아 Hertz.
차근차근 읽어보니
우리는 여행 중 도로교통법을 위반했고, 당시 차를 렌트했던 내 개인정보를 관할 당국에 제공했으며,
내 개인정보를 제공하는데 든 비용 30.5유로는 당시 등록한 신용카드로 빠져나갈 거라는 내용.
또 법규 위반 내용(=벌금 통지서)은 조만간 이 주소로 갈 거라는 무시무시한 예고까지..😱😱..
대체 어디서 과속을 했던 걸까 남편과 머리를 맞대며 고민해보았을 땐,
마음에 딱 하나 걸리는 곳은 마지막 날 밀라노로 향하던 이탈리아에서의 고속도로였다.
이탈리아는 과속 카메라가 도로 표지판 뒤에 붙어 있어서,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차 후면을 찍는다고 하는데
그 날 내가 사이드미러에서 번쩍하는 불빛을 보았기 때문..😟
또 스위스는 용의 선상에도 올리지 않았던 이유가,
공사 중이던 많은 도로, 평균 4차선밖에 안되던 도로 때문에 사실 빨리 달릴 만한 곳도 많지 않았고
나름 과속 카메라 위치를 알려주는 앱을 다운받아서 다녔기 때문이다.
출처: stayclosetravelfar.com/complete-guide-driving-in-italy/
😨 😩 😭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새로운 편지가 결국 집으로 날아오고야 말았다.
제일 먼저 우리를 궁금하게 한 것은 바로 며칠간 나를 쫄보로 만들었던 벌금 금액.
하지만 이리보고 저리보고 뒤집어봐도 돈으로 보이는 글자는 찾을 수가 없었다.
설명을 읽어보려 해도 스위스에서 날아온 메일이라 그런지 대부분 프랑스어와 독일어...😭
그리고 우편 내 상세히 적힌 과속 장소는 상상도 못 했던.. 스위스! └(⊙0⊙)┐
(이탈리아에서의 번쩍임은 그냥 햇빛이었다🔅, 그리고 과속카메라 앱은 순 엉터리였고..!!)
심지어 (7km 제하고도) 27km 나 초과해서 과속한 상황..
구글 번역기를 돌려 돌려 해석해본 결과,
허츠에서 렌트할 적에 추가 운전자를 등록했기 때문에 과속 당시 실 운전자가 누구인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실 운전자 이름, 주소 등을 적어서 동봉된 봉투에 넣어 우편을 발송하면 벌금 청구서는 그 사람에게 보내준다고 한다.
문제는 난 약 네 달 후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
혹시나 느린 우편 문제로 이사 후에도 모든 절차가 끝나지 않아 복잡한 상황이 생길까 걱정되는 마음에, 또 빨리 해치워버리고 싶은 마음에
양식을 작성하여 스캔한 후, 이메일로 보내보기로 했다.
Hello, I am ㅇㅇㅇ from south korea.
I received a mail about speeding penalty from you today. (Formular Nr: 0000000)
First, I am so sorry about speeding. I wrote the form as you requested, but I plan to move in a few months. So.. can I submit the form by email and receive a fine bill by email?
That form you requested is attached to the email. And please let me know if you need more information. Thank you. and Happy new year!
ps. additional driver is my husband. so the address is same as me. |
우리나라 빼곤 행정처리가 다 느려 터졌다는 소문(?)과는 달리, 2일 후 답이 왔다.
추가 요청사항을 회신하였더니, 벌금고지서는 다시 우편으로 보내준다고 한다.
그리고 또 보름 정도 지나 드디어 도착한 과속 딱지.
첫 번째로 놀란 것은, 벌금액.
27km 과속의 대가는 무려 547프랑(=당시 환율로 61만원)
이 안에는 우편비용, 경비 등등이 모두 포함된 가격이다. 정말 얄짤없다..😑
두 번째로 놀란 것은 청구서가 하나 더 있다는 것..
같이 딸려온 서류들을 번역해보니 법정 수수료? 절차비용? 명목으로 145프랑이 추가로 청구되었다.
정말.. 한 푼도 손해보지 않고 다 뜯어가는 느낌😭 물론 과속한 죄로 불평할 입장도 안되지만..
거의 80만원이나 되는 과속 벌금+수수료 때문에 멘붕에 빠져있으니
주변에선 그냥 내지 말어라 뭐 잡아가겠냐는 사람,
나중에 유럽 입국할 때 문제 될 수 있으니 어서 내라는 사람,
한번 더 독촉 메일이 오면(?) 그때 생각해보라는 사람 등 참으로 다양한 의견이 존재했다.ㅋㅋㅋ
어쨌든 나는 쫄보 of 쫄보인 사람인지라..
벌금 내기 전까진 두 발 뻗고 잠도 못 잘 것 같아 은행에 달려가서 우편에 적힌 곳으로 송금을 했고,
다음 해에 가벼운 마음으로 유럽-포르투갈-여행을 신나게 다녀올 수 있었다.
* * *
주변 차들 속도 맞춰 운전했기 때문에 찍힐 일 없다고 당당하게 외치던
심지어 프로걱정러인 나에게 쓸데없는 걱정과 참견한다고 짜증도 내던
남편은 이후 몇 달간 좋아하던 취미생활도 당분간 접으며 대역죄인 생활을 하였다..😂
(물론 나도 잘한 건 없다..ㅋㅋ)
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 저처럼 과속을 하지 맙시다.
특히 스위스는 더더욱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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