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탈리아, 스위스(Italia, Switzerland)

Day 5-1.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 베로나

내나 2019. 11. 24.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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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4]

 

볼차노를 떠나는 아침.

조식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호텔 앞의 발터 광장을 잠깐 산책하기로 했다.

볼차노의 발터 광장 중앙엔 독일의 음유시인(요즘 말론 싱어송라이터🤭)인 발터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오늘따라 날씨는 어쩜 이리 파란지, 공기는 어쩜 이리 맑은지

하루 이틀 더 머물고 싶은 도시다.

 

 

발터광장

 

왠지 고풍스러운 볼차노의 골목들

 

 

광장에서 가족들과 영상통화도 하며, 성당 주변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차를 타고 떠난다.

 

어제 카레짜 호수를 떠날 때에는 돌로미티 여행은 그때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익숙한 고속도로와 많은 차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니

볼차노를 떠나는 지금에서야 드디어 돌로미티 지역을 완전히 벗어난 기분이 든다.

 

1시간 반쯤 달렸을까? 시야를 가로막던 많은 산들이 없어질 때쯤 우린 다음 목적지에 도착했다.

 

 

아쉬운 마음에 괜시리 고속도로 티켓 사진도 찍어보고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바로, 베로나 Verona!

점심도 먹을 겸, 운전의 피로도 덜어낼 겸 베로나에 잠깐 들리기로 했다.

 

도심에 있는 큰 주차장을 이용했다

 

 

 

잠깐 들린 도시이기 때문에 우린 간단히 베로나 아레나, 줄리엣과 로미오의 집을 구경한 후 점심을 먹고 베로나를 떠날 생각이다.

지도를 보며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아레나는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사진으로 봤을 땐 잘 몰랐는데,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훨씬 크다.

 

 

 

베로나 아레나

 

베로나 아레나 Verona arena

로마시대에 원형경기장으로 지어져 결투장 등으로 이용되었지만, 르네상스 시대부터 오페라 공연장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1850년대부터 뛰어난 음향효과로 인해 공연장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매년 여름 오페라 축제가 이 곳에서 열리고 있고, 이탈리아 작곡가인 베르디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1913년부터 이어져왔다고 한다.

매년 축제가 열리는 곳이니 보수공사가 깔끔하게 되지 않았을까 했지만, 역사의 흔적이 느껴질 정도로 생각보다 낡은 모습이 의외로 느껴진다.

하지만 원형 경기장들 중엔 가장 잘 보전된 곳이라고.. 2천 년의 세월을 생각하면 낡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유럽에서 3번째로 크고 3만 명 정도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라는 말처럼, 아레나는 정말 거대하다.

지붕도 없고 생각보다 황량한 모양새지만 거의 모든 좌석에 음향이 전달될 정도라니 참 신기하다.

 

 

축제 기간이 이미 지난 때라 우리가 갔을 땐 오페라 일정은 당연히 없었고, 10유로 티켓을 사면 아레나에 입장하여 구경은 가능하다.

왠지 귀찮은 마음에 들어가 보진 않고 아레나 앞의 검투사 복장을 한 사람들을 구경하다 다시 줄리엣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돈내기는 싫어서 멀리서 찍어본 (영업 중인) 검투사님들

 

아레나 옆의 베로나 시청

 

많은 가게들이 빼곡히 늘어선 줄리엣네로 가는 길

 

 

 

상점들이 가득한 길들을 지나 드디어 도착한 줄리엣의 집 Juliet's House은.. 완전 인산인해!!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감상은 커녕 사진 찍기도 불편할 정도다.

피크 타임인 오후 1시라 하더라도 이 정도로 사람이 많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줄리엣의 집 Juliet's House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로미오와 줄리엣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중 하나.

줄리엣이란 인물이 허구임에도 이 집이 존재하는 이유는,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가 이탈리아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내용이기 때문에 곡 중 줄리엣의 가문인 캐퓰렛(Capulet) 가문이 오래전 베로나의 카펠로(Cappello) 가문을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썰(?)이 있고, 바로 이 집이 오래전 카펠로 가문의 집이기 때문이다. (입구에서 카펠로 문장을 볼 수 있다고!)

물론 정말 줄리엣이란 인물이 실재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정확한 것은 20세기 초 베로나 박물관 소장이 이 집을 구매해 건물을 복원하고, 줄리엣의 청동 동상을 비치하며 이 곳이 베로나의 관광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완전 허구라고만 생각했던 줄리엣의 집이 나름의 관계가 있다는 게 참 재미있다.

(난 사실 여기서 영화 촬영을 해서 유명한 줄..ㅋㅋ 전혀 아니었다.)

줄리엣의 집 마당에 있는 동상의 왼쪽 가슴을 만지면 연애운이 좋아진다는 미신 때문에 사람들은 그 인파 속에서도 줄을 서서 가슴을(...) 만지며 사진을 찍고 있다.

어유 난.. 남사스러워서😳 패쓰

'오~ 창문을 열어다오'로 유명한 발코니에 서보려면 티켓을 구매해야 한다.

티켓 가격은 6유로, 베로나 카드가 있다면 무료! 난 카드가 없어 들어가 보진 않았다.

-베로나 관광 안내소 홈페이지 https://www.veronatouristoffice.it/en/casa-giulietta-verona/

 

 

 

줄리엣네 마당은 생각보다 작아서, 딱히 구경할 것도 없었다.

발코니로 올라갈 수도 있다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과 생각보다 비싼 티켓 가격 때문에 포기!

겨우 발코니를 올려다보고, 동상을 구경하고, 입구에 낙서하라고 붙여둔 종이 구석에 사랑 글귀나 적고 나왔다.

 

얼마 전에 봤던 '비긴어게인'에서는 저 발코니에서 악뮤 수현이와 헨리가 버스킹을 하던데..

저 시끄럽고 좁은 곳에서 버스킹을 할 용기를 내다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본인들의 목소리에 자신이 있겠지?!)

난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많은 인파들의 와글와글 소리가 귓가에 아프게 울리는 듯한데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줄리엣네 마당

 

오- 창문을 열어다오

 

반질반질한 그녀의 왼쪽 가슴..🙄

 

사랑 낙서 동참 중. 벽이 아닌 종이라 맘편히 끄적!

 

 

줄리엣의 집을 인파에 떠밀리듯 나온 후, 우린 로미오의 집으로 향했다.

딱히 유명하지도, 누군가 다녀왔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은 없었지만

구글 지도에 근처에 있다고 표시되어 있기에 설렁설렁 걸어가 보기로.

 

결론은, 헛걸음했다.

지도 상으론 분명 맞는데, 관광지 느낌은 하나 없고, 사람도 없고, 표지판도 없고, 문은 굳게 닫혀있고.

나중에 알아보니 지금은 그냥 개인 사유지라고.. ㅋㅋㅋ

 

 

하늘이 너무 이쁜 로미오네로 가는 길

 

하지만 굳게 닫힌 로미오의 집. 로미오 이사갔대 오빠

 

 

(구)로미오의 집을 돌아 나와 우린 점심 식사 장소를 찾았다.

트립어드바이저를 뒤적거리다 그냥 근처의 시뇨리 광장 Piazza dei Signori 이 잘 보이는, Altro Impero 레스토랑의 야외에 자리 잡았다.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봉골레 스파게티와 베로나 전통 햄버거 Hamburger Veronese.

 

봉골레 스파게티는 맛있었고, 내가 주문한 베로나 햄버거는.. 너무나 느끼했다.

두껍고 고기로 꽉꽉꽉 찬 패티와 무거운 치즈의 콜라보레이션!

맛은 괜찮았지만 느끼한 탓에 많이 먹기 힘들어 샐러드라도 시킬 것을 후회했다.

 

 

Hamburger Veronese

 

햄버거 단면

 

봉골레 스파게뤼, 하지만 베니스에서 먹은게 훨씬 맛있었다!

 

 

느끼했지만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나니, 이제 베로나를 떠날 시간.

조그만 길거리 상점에서 자석 하나를 사고 주차장으로 다시 돌아간다.

 

 

안녕 베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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