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23]
등산이라곤 예전에도 앞으로도 취미로 삼을 일 없을 것 같던 우리도, 돌로미티까지 왔으니 트래킹을 한 번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 찾아본 곳은 바로 Vigo di Fassa.
Ciampedie에서 Rifugio Gardeccia까지 이어지는 트래킹 코스는 어린 아이가 있는 가족이 가도 좋을 정도로 완만하다는 정보에 선택한 곳이다.
차를 타고 30분 정도 달려 도착한 케이블카 정류장은, 의외로 주차가 힘들었다. 😥
경사 지대에 여러 주차장이 있는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다들 차들이 꽉꽉..
몇 바퀴를 돌고서야 케이블카 정류장 가까운 곳에 주차하는 것을 포기하고, 아래쪽 여유로운 곳에 차를 대고 올라갔더니..
이게 또 왠일, 마침 쉬는 시간.😫 주말에는 점심에 한 시간씩 휴식 시간이 있다. (Val di Fassa 홈페이지)
마침 카페인도 필요했겠다, 주차한 곳 앞의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때리며 기다리기로 했다.
돌로미티 산들은 너무 멋있긴 하지만, 난 사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다 비슷한 풍경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한 곳은 라가주오이에서 봤던 압도적인 웅장함과는 또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넓은 잔디와 몇몇 레스토랑들, 그리고 아이들 뛰어노는 소리에 너무나 평화로운 분위기.
해발 2000m 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곳.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기고 나름의 트래킹을 하러 출발.
Rif. Gardeccia 이정표를 따라 출발한다.
트래킹 코스는 정말 완만했다. 저질 체력인 나도 룰루랄라 웃으며 떠들며 걸어 다닐 정도!
숲 냄새와 군데군데 슬로프들을 구경하며 즐겁게 트래킹, 아니 산책을 즐겼다.
코스가 힘들진 않았으나, 오전부터 느릿느릿 움직였더니 벌써 오후 3시가 넘은 시간.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카레짜 호수와 마지막 목적지인 볼차노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탓에, 시간이 너무 늦어질까 봐 트래킹 코스 끝까지 가보지는 못하고 돌아왔다.
* * *
숲길에서 힐링을 마치고 다시 차를 타고 20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바로 돌로미티의 하이라이트, 카레짜 호수 Lago di Carezza!
유명한 관광지라 그런지 돌로미티 지역에서 내가 가본 곳 중에선 가장 주차장이 잘 되어있고, 차도 사람도 참 많다.
그리고 너무나 반가운 동양인+한국인을 가끔 마주치기도!
돌로미티 지역에선 동양인조차 보기 힘들었던지라 오랜만에 보는 한국인이 왠지 반갑다. (물론 쑥스러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지만🙄)
사진으로 본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하며 두근대며 들어간 호수는,
.. 좀 충격적이었다. 실망스러웠기 때문. 😩
에메랄드 빛을 기대했던 호수는 녹조가 낀 것 마냥 초록색에, 비릿한 물 냄새까지..
아 이건 내가 기대하고 상상한 게 아닌데, 하며 절망하고 있으니 남편이 애써 그래도 예쁜 호수라고 날 위로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바로 돌아가기도 아까워 호수 둘레를 따라 길게 난 산책로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기대 없이 산책로를 걷는데, 얼라리요? 초입과 멀어질수록 호수가 점점 이쁘게 보이고 물 비린내도 옅어져 간다.
중간중간 마련된 벤치 중, 가장 예쁜 풍경이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느긋이 감상을 즐기기로 했다.
처음엔 기대에 조금 못 미쳤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호수.
벤치에 멍하니 앉아 풍경도 구경하고 지나가는 사람도 구경하고, 드론 촬영하는 커플도 구경하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해지면 냉큼 사진도 찍어가며 카레짜 호수를 마음껏 즐겼다.
호수 주차장 쪽에 마련된 매점에서 음료 하나 사들고, 돌로미티에선 보기 힘든(?) 사전 주차 정산기에서 미리 주차비 계산 후 숙소가 있는 볼차노 Bolzano 로 출발!
카레짜 호수를 벗어나, 볼차노로 향하는 길.
돌로미티의 웅장한 모습은 점점 없어지고 나른한 언덕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 * *
30분 정도 달려 드디어 도착한 볼차노!
우리가 묵은 호텔은 스타튜 호텔 치타 Stadt Hotel Città.
광장 바로 앞에 자리해있고 광장 주차장과도 연결되어있어 주차하기도 편했던 호텔,
그리고 가장 좋았던 건 볼차노와 어울리는 고풍스러운 분위기!
자세한 호텔 후기는 볼차노 숙소 후기에서 🤗
배가 고팠던 탓에 서둘러 체크인을 하고 근처 식당을 찾아 나섰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골라 간 식당은 Römerkeller.
금세라도 어둠이 내려앉을 것 같아, 조금이라도 도시를 감상하고 싶은 마음에 식당 밖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나폴리 피자와 콰트로 치즈(어쩌구 저쩌구) 파스타.
음식은.. 정말 입맛에 맞지 않았다. ㅠㅠ
식당이 문제라기 보단, 메뉴 선정이 완전 실패한 기분..
메뉴를 자세히 안 보고 시킨 나폴리 피자는, 도우나 소스는 참 맛있었는데 토핑으로 올라간 앤쵸비가 비리고 짜서 먹기가 힘들었고ㅠ_ㅠ 파스타도 이름처럼 치즈 범벅이라 느끼함에 많이 먹기가 힘들었다.
너무 남겨서 직원에게 미안할 정도..
겨우 허기를 달랠 정도로 배를 채우고 동네 구경 시작!
저녁을 먹는 동안 해가 져서 골목은 어둑어둑 해지고 있었다.
볼차노의 밤 골목은 정말 너무 예쁘다.
왠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건물들과, 아치 안쪽에 늘어져있는 여러 상점들.
돌로 만들어진 길들까지. 특유의 분위기가 너무 좋다.
지도도 보지 않고 골목 사이를 실컷 누비다가, 와인이라도 한잔 하려고 술집을 찾아 나섰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고심해서 고른 바는 찾아가니 Closed! 😥
어딜 갈까 고민하며 또 정처 없이 떠돌다, 피아노 소리가 울리는 곳을 보니 우리 호텔 1층이 아닌가!
멀리 찾아갈 필요 없이 잘됐다며, 1층 바인 Stadt Hotel Città Café & Restaurant 에서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돌로미티 지역이 오스트리아와 가까워서인지 어느 식당이나 관광지에서나 독일어로 된 안내판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그래도 이탈리아어가 주라는 느낌이 들었던 반면, 볼차노는 독일어를 더 많이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사람들 말하는 건 알아듣질 못하니 잘 모르겠지만, 🙄
호텔이름도 슈타트(Stadt), 광장 이름도 독일식 발음인 발터 광장(Waltherplatz) 에, 1층 바에서 알려준 추천해주는 음료도 독일식 이름이 많았다.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돌로미티의 마지막 밤을 마무리.
잘 몰랐고, 그래서 기대도 하지 않았던 볼차노가 생각보다 너무 아름답고 내 마음에 쏙 들어서 떠나고 싶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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