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24]
오늘의 숙소가 있는 꼬모로 가기 전,
베로나에서 50분 정도 떨어진 시르미오네 Sirmione 에 들러보기로 했다.
여행 준비 중 그냥 이 곳이 너무 좋았다는 댓글에, "엇 꼬모 가는 길이네!" 하며 아무 생각도 기대도 정보도 없이 들린 곳.
고속도로에서 나와 시르미오네로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달달한 향기가 살짝 코에 감돈다.
창문을 열어 내다보니 온통 포도밭!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시르미오네가 너무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시르미오네 마을은 호수 안 쪽의 길쭉한 모양새라 가르다 호수 Lago di Garda 가 마치 감싸고 있는 모양.
난 몰랐지만 꽤나 유명한 관광지인지, 주차장은 많고 넓어서 여유롭게 주차할 수 있었다.
주차를 하고 가르다 호수 쪽으로 다가가 보니, 정말 호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넓고 파도들이 몰아치고 있다.
멋진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커피나 한 잔할 겸 시르미오네 요새까지 걸어가 본다.
호수를 따라 걷다가 주차장을 빠져나오니 길 양 옆은 호텔들 천지!
작고 큰 호텔들과 호수 위에 둥둥 떠있는 요트들, 시르미오네는 완전한 휴양지의 모습이다.
(위키에선 베로나의 이탈리아 부자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라고)
정보도 없이 오게 된 곳이라 조그만 마을인줄로만 알았는데 대반전😲
그래서일까 우린 더더욱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올드타운을 하염없이 돌아다니다보니 이제 떠나야 할 시간.
요새에서 내려다보는 호수와 마을의 모습도 장관이라는데, 미처 알지 못해 가보지 못했다.
꼬모에 숙소만 예약해두지 않았다면, 여기에서 급 묵고 싶을 정도로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다.
기대가 없었기에 더더욱 좋았던 시르미오네.
하지만 가르다 호수와 시르미오네처럼, 꼬모 호수와 꼬모 마을은 더 좋을거란 기대를 하며 겨우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란 걸 잊은 채..)
* * *
다시 고속도로를 타고 꼬모로 가는 길.
목적지가 다가올수록 왠지 음침해지는 하늘색.. 왠지 불안한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남편도 그랬던 걸까,
돌로미티의 카트라이더를 연상하는 난코스도, 유로트럭이 가득하던 고속도로도 눈 깜짝 않고 운전하던 남편이
톨게이트에서 카드로 티켓 값을 정산하다 실수로 기계의 다른 구멍에 카드를 쑤셔(?) 넣어버렸다.
다른 카드로 정산해보려 다시 버튼을 연타해봐도 기계는 별 반응이 없고, 당연히 차단기는 열리지 않고, 뒤에 차들은 줄줄이 기다리고 있고, 헬프 버튼은 눌러보아도 답은 이탈리아어로만..
결국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쏘리를 연발하며 뒷 차에 후진을 해달라 양해를 구하고 있으니 기계에서 기나긴 영수증을 뱉으며 결국 차단기가 열렸다.
그렇게 우린 기계 어딘가에 카드를 남겨두고 그렇게 톨게이트를 떠났다...
다행히 얼마 안가 다시 나온 게이트에서 그 기나긴 영수증을 보여주고 모든 금액을 지불할 수 있었지만
우리의 멘탈, 특히 남편의 멘탈은 바사삭 부서진 뒤였다. ㅋㅋㅋ
이탈리아에 온 지 벌써 며칠이나 지난 뒤였고 고속도로 또한 여러 번 탔는데 갑자기 왜 그랬을까?!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었던 나도 딱히 할 말이 없지만..😂
멘붕에 빠진 남편을 위로하며 도착한 꼬모 Como의 첫인상은 한마디로, "오래된 휴양지"
활기찬 시르미오네와 대비될 정도로 조금 낡은 건물들과 생기 없는 거리들이 날 실망하게 만들었다.
우중충한 날씨가 왠지 조용한 꼬모의 분위기를 더 음울하게 만드는 기분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별장이 있다는 아름다운 꼬모는 대체 어디에..
코모 호수에는 호수를 따라 크고 작은 마을이 아주 많다.
내가 간 꼬모 외에 아름답기로 유명한 마을들은 대표적으로 벨라지오 Bellagio 와 바레나 Varenna 마을.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벨라지오였지만, 다음날의 목적지인 스위스와 조금이라도 가까운 코모 마을을 선택했다.
사실 한참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꼬모 마을이 실망스러웠던 건 우중충한 날씨가 가장 큰 원인이었던 듯하다. (난 여행 중엔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음..🙄)
뭐 그렇다고 다시 가라면 글쎄다... 벨라지오를 가보는 걸로!
숙소 체크인 후 멘탈을 좀 부여잡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어느덧 해가 지는 어둑어둑한 시간.
멘탈이 좀 회복되어서인지, 조용한 꼬모가 한편으론 예뻐 보이기 시작한다.
관광객들은커녕 사람도 많지 않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하기엔 또 너무 좋았다.
호수를 따라 시내 쪽으로 걷다 보니 멀리 푸니쿨라가 보여, 야경을 보러 다녀오기로 했다.
숙소가 중심가와는 좀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한참을 걷던 중,
호수를 가로지르는 것처럼 보이는 다리를 발견했다.
"여기로 가면 푸니쿨라 타러 빨리 갈 수 있겠다!" 싶어 짧은 생각에 지름길인 줄 알고 열심히 걸어갔는데..
이게 뭔 일, 다리는 호수 2/3 지점에서 끊겨있다. 😭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가지 마시길.. 흑흑
(반대편에서 유람선과 요트들이 지나가려면 다리가 이어져있을 수가 없으니.. ㅠ)
호수 건너편을 코 앞에 두고 궁시렁 거리며 다시 왔던 길을 열심히 되돌아 푸닌쿨라 정류장에 겨우 도착했다.
열심히 걷고 걸어 드디어 푸니쿨라 정류장 도착!
막차 걱정 없이 푸닌쿨라는 꽤 늦은 시간인 밤 10시 넘어까지 운행을 하고 있다.
티켓 가격은 왕복 5.5유로! 작고 귀여운 빨간 열차를 타고 전망대까지 슝슝🚋
정류장에 내리니 등대로 가는 지도가 우릴 맞이한다.
걸어서 30분 또는 셔틀(2유로)로 10분 정도 가면 등대에도 갈 수 있는데, 이 곳에서 보는 전망도 너무 좋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갔을 땐 오후 8시가 넘은 시간이라 이미 등대는 문 닫은 지 오래.
(홈페이지: https://www.comune.brunate.co.it/index.php/en/vivere-brunate/edifici-e-monumenti-storici)
아쉬운 대로 우린 구글 지도에서 찾은 정류장 근처의 전망대, Como Point of View로 향했다.
야경은 정말 너무나 아름다웠다.
전망대엔 정말 사람이 하나도 없어 둘이서 조용히 야경을 감상하기에도 너무 좋다.
꼬모 시내는 물론 산너머의 마을까지 살짝 보이는 모습에, 아침의 전망도 참 궁금해진다.
남편과 우리 만약에 일찍 일어나게 되면(...) 내일 아침에 또 올라와보자며 의미 없는 약속을 하고 전망대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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